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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1편

2022-09-28
조회수 547


스타트업과 BLT

최근 BLT는 삼성전자나 LG AI Research 와 같은 대기업이나, 여러 상장사의 업무 또는 상장사가 되기 위한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컨설팅 등 프로젝트 규모가 큰 업무 중심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BLT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슬로프가 완만하고 리니어하게 성장하는 특허법인에 비해서 스타트업의 시장 파괴력과 폭발적인 성장곡선이 신기하면서도 부러운 부분도 있고,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을 이뤄가는 과정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BLT의 파트너변리사 상당수는 외부 스타트업과 단순 고객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기술 중심의지식재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CIPO로 일하기도 하고, 지식재산 전문성에 더해서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과의 업무 경험을 통해 얻은 기술과 사업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CSO나 CMO, COO와 같은 다양한 사업적인 경험을 얻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외부 대리인 입장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 고객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우기도 한다.



특허법인-형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

BLT 초창기부터 필자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넘치고 일을 잘 하는 대표님들이 속한 스타트업 여러 곳에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스타트업 내부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에 대한 것이었다. 내부 의사소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지, 목표수립을 어떻게 하고 이에 대한 실행과 성과측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러 사례를 경험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소 경직되고 안정지향적인 문화가 지배적인 전문서비스업 영역에 스타트업의 정신이 스며들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과 특허법인은 성장구조나 사업모델에 있어서 다른 부분이 많다. 그래서 무형적인 스타트업의 시스템을 특허법인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허법인을 스타트업처럼 만들기는 어렵지만,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일부 유무형의 도구를 도입해서 업무를 효율화하는 과정은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변화의 전후를 비교해서 살펴볼 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큰 변혁을 가져왔다. 지금 BLT에는 슬랙, 노션과 같은 유형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 뿐만 아니라, 시프티와 같은 관리를 위한 도구들도 내부에 이식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참고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부르기에는 범주가 다르긴 하지만, 회사의 모든 구성원을 같은 방향으로 강하게 엮어주는 혁신도구인 OKR과 같은 목표관리 방식도 BLT에 도입되었다. 목표 수립과 성과 측정을 위한 도구인 OKR 을 도입하는 과정은 4년 이상 소요되었고 지금도 익숙해져가는 과도기에 있는데, OKR 도입 일대기 전체를 따로 다루면 몇 편 분량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특허법인과 같은 전통적인 전문서비스업과 OKR의 핏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려웠고 혼돈의 연속이었다. 분명 OKR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조직이 많을 것 같은데,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어보면 좋을 것 같다.



슬랙 5년차, 특허법인을 구하다

BLT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효율화를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기존과 동일하게 이메일을 중심으로 하고,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슬랙을 도입해서 효율화하기로 결정한 시점이 2018년 10월 경이다. 벌써 만 4년을 꽉 채웠고 햇수로는 5년차가 되었다. 그 전까지 BLT는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이메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단순 소통을 위한 라인과 같은 상용 메신저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내부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특허 업무의 특성상 수 많은 특허, 상표 등의 단건 프로젝트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크고 내부 이메일 전달이 너무 많아서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2017년 즈음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스타트업 팀이 사용하는 슬랙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우리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내부 파트너들을 설득해서 도입을 추진했다.

BLT 내부에는 갓 20대 초반의 어린 팀원부터 60대를 바라보는 연배의 팀원들까지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체 팀원이 슬랙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스레드의 개념이나 채널의 특성 등 몇 가지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몇 차례 반복적으로 내부 교육을 진행한 결과 대부분의 팀원이 성공적으로 슬랙에 적응했다. 금세 모든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슬랙 기반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슬랙의 위력을 가장 실감한 것은 과거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사태였다. 갑작스럽게 내부 확진자로 인해서 전사 재택근무가 필요하거나 순환 재택근무가 필요한 시점에서도 슬랙은 안정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했고, 당장 내일 전사 재택근무가 필요하더라도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진출처 : Photo by Jo Szczepanska on Unsplash

생산성 도구들의 대활약

슬랙의 휘발성이나 체계적인 매뉴얼이나 내부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추가 툴을 고민하다가, 슬랙의 커뮤니케이션 효율화를 보완해 줄 노션을 2021년 초에 추가 도입했다. 컨플루언스도 도입 후보군에 있었지만, 내부 사용 편의성이 더 중요했고 그리 많은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사용하기 쉬워보였던 노션을 선택했는데, 지금도 그 선택은 잘 했던 것 같다. 전사적인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었다가 번번이 급한 업무에 밀려서 뒷전이 되기 십상이었고 버전관리나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신규입사자나 퇴사자의 권한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노션을 도입하면서 어느 정도 회사 전체 운영 매뉴얼과 각종 정책이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체계적인 정리가 가능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시프티도 연차나 근태 관리에 있어서 경영지원팀의 많은 일을 덜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업무 컴퓨팅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솔루션인 가상 데스크탑 (Desktop as a Service; DaaS) 솔루션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BLT 초기부터 자리에 구애없이 아무 데스크탑에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 꿈꾸고 있던 솔루션인데, 최근에는 다양한 DaaS 제공기업이나 VDI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의 살짝 아쉬운 서비스 퀄리티보다 더 좋은 제품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출처 : Photo by Brendan Church on Unsplash

전직 개발자, 고뇌의 갈림길에 서다

여러가지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기존 특허업계에서 사용하는 ERP와 같은 관리프로그램의 데이터와 묘하게 충돌을 일으키거나 정합성의 오류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모든 업무요청과 업무지시, 보고는 슬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슬랙에서 요청한 내용을 다시 특허관리프로그램에 중복 입력해야 한다던지, 특허관리프로그램이 지원하지 못하는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로 노션에 DB를 구축한다던지 하는 식이다.

일정 부분 커뮤니케이션 효율화를 가져온 것은 맞지만, 기존 내부 솔루션과의 충돌로 인해서 그 효율성이 반감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생산성 도구들의 활용 가치나 효용이 축소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고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즉, 기존 내부 솔루션인 특허관리프로그램과 신규 도입 솔루션인 슬랙, 노션을 연결하는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이를 외주 형태의 개발 프로젝트로 의뢰하기에는 사실 여러모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특허업계의 시스템이나 로직을 이해하는 개발자를 찾기도 어렵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정도 어떻게 보면 간단한 기능인데 프로젝트화 하기에 적당한 규모도 아니어서 외주처를 찾는 것도 녹록치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제공하는 API를 활용해서 직접 뭔가 만들어보자니 필자는 이미 개발에서 손을 뗀 지 어언 15년이 넘은 상태라, 머릿속이 순백과 같이 깨끗하게 초기화된 상태였다. 2005년에 개발자의 길에서 미련 없이 돌아선 이후에 변리사가 된 후 몇 년이 지난 어느 즈음에 업무 목적으로 엑셀에서 쓸 VBA 스크립트를 몇 번 짜본 게 전부였다.

사진출처 : Photo by Kristopher Roller on Unsplash

전직 개발자, 그의 운명은…

특허전문가로서의 BLT의 장점을 어필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전직 개발자라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전직한 전직 개발자가 15년이 지난 시점에 현직으로 다시 소환되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서, 냉동인간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현재의 개발언어를 활용해서 15년 전의 방식으로 개발업무를 처리하는 꽤 진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BLT 내에서 일어났던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좌충우돌(?)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소개하려 한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우글대는 테크 스타트업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전통적인 전문서비스업 영역에 속한 특허법인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신을 소개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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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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