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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알려주는 좋은 특허

2022-07-26
조회수 382


특허평가

얼마 전에 한 고객사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자사가 구축하는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에 대한 방법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실제로 변리사가 참여하는 특허가치평가 업무를 통해 가치를 수작업으로 객관화 하는 방법부터,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제공하는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인 스마트3 (https://smart.kipa.org/)를 통해 자동으로 평가등급을 부여하는 방법까지 여러 옵션에 대해 고려해봤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가 생각하는 좋은 특허에 대한 기준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입장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 있었다. 고객과 논의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내용을 공유해본다.


[특허분석평가시스템 스마트3 개요, 출처: https://smart.kipa.org/intro/summary.do]

특허의 가치

모든 고객은 좋은 특허를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좋은 특허가 무엇인지 먼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타사나 경쟁사를 공격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특허도 좋은 특허가 될 수 있고, 다른 경쟁사보다 먼저 길목을 선점한 특허도 좋은 특허가 될 수 있다. 투자유치나 상장 과정에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어필하는 경우에는 타사가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촘촘하게 특허를 확보해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보호할 수 있는 특허도 좋은 특허로 평가될 수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결국 각자가 특허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좋은 특허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특허를 활용하는 방식과 무관하게 좋은 특허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결과적으로 좋은 특허는 결국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특허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사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가 매겨지고, 시장점유를 유지하는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가치가 매겨질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특허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특허를 사고 파는 거래가 활성화 되어 있다. 예전 칼럼에서도 한 번 다루었던 주제인데, 타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확정판결을 받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데미지를 입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 점을 이용해서, 높은 가격에 특허를 판매하거나 라이선스를 제안한다. 매입하는 기업 측에서는 특허 침해에 대한 판결을 받았을 때 예상되는 배상금액 등의 손해와, 매입하는 가격에 대한 비교를 통해 적절한 특허의 가치금액을 찾아 거래가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특허의 가치평가 방법

위와 같이, 실제 거래 등을 통해 가치가 객관화된 경우에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특허는 가치가 객관화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실제 소송이나 라이선스, 거래에 사용되지 않은 특허는 객관화된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담보나 기업평가 등의 실무를 위해 특허에 대한 잠재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고, 시장접근법, 이익접근법, 비용접근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특허를 평가하게 된다. 당소에서도 20여 차례 이상의 중소기업진흥공단 특허담보대출 평가업무나 한국발명진흥회 특허평가 업무를 담당하면서, 주로 평가가 용이한 이익접근법을 통해 특허의 가치산출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평가 과정에서 여러가지 가정에 가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은 사업 전개 과정에 따라 평가했던 특허 금액과 격차가 큰 실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특허의 사망률?

이번 글에서는 실무적인 특허가치평가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특허 가치에 대한 데이터 관점의 접근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실제로 높은 가치가 매겨진 특허들의 공통된 경향성이 무엇인지 공통요소를 뽑을 수 있다면, 특허평가 실무자의 몇 가지 불확실한 가정에 의해서 결정되는 전통적인 방식의 가치평가 금액보다 조금 더 과학적인(?) 특허평가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미 앞서 언급한 스마트 3를 필두로 지식재산 솔루션을 개발하는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특허가치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모델이 제시된 바 있다. 특허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다가 미국지적재산권법협회(AIPLA, American Intellectual Property Law Association)에서 분기별로 발행하는 Quarterly Journal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Barney, J. 2002. A study of patent mortality rates: Using statistical survival analysis to rate and value patent assets. AIPLA Quarterly Journal 30: 317–352.)를 찾게 되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발표된 논문인데,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든다. 특허의 사망률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내용을 살펴보니, 특허의 유지율과 특허 정보와의 상관관계를 통해 통계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특허의 유지율이 감소하게 되는데, 해당 논문에서는 왜 특허를 포기하는지에 대해서 추가적인 특허유지비용(maintenance fee) 보다 기대 잔존 경제적 효용(expected remaining economic benefit)이 더 큰 경우에는 특허를 유지하고, 효용이 낮으면 특허를 포기하는 것으로 가정하여 특허 유지기간과 다양한 특허 지표들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즉, 이 논문에서는 특허권자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서 매년 특허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특허유지기간이 길수록 경제적 효용이 크고 특허의 기대가치가 높다는 것이 핵심적인 가정이다.

물론 기대가치와 실제 평가가치는 다를 수 있다. 다만, 다분히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권리자와 대리인인 변리사가 논의하여 특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생각해볼 때, 특허의 유지기간이 기대가치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실제 가치에 근접하고자 하는 시도는 충분히 유의미한 것으로 생각한다.


특허 유지율과의 상관관계

해당 논문에서 특허 유지율과 특허정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독립청구항의 수, 독립청구항의 길이,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작성 분량, 우선권 주장 특허의 수, 피인용 특허의 수 등과 특허 유지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아래 상관관계 그래프와 같이 독립청구항의 수가 많을수록, 독립청구항의 길이가 짧을수록,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작성 분량이 많을수록, 우선권 주장 특허의 수가 많을수록, 피인용 특허의 수가 많을수록 특허 유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변리사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상관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논문 내 상관관계 그래프 발췌 – 2차 출처: https://www.kipo.go.kr/club/file.do?attachmentId=11523

(특허분석평가시스템의 개요 및 SMART3.1 활용 사례 발표자료)]


필자 개인의 사견을 덧붙여서 데이터를 조금 더 들여다본다면, 위 대표적인 5개의 항목은 다시 특허출원인 또는 대리인 측에서 자유롭게 통제 가능한 제1 변수와, 통제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제2 변수로 나눠질 수 있다. 

전자에 속하는 제1 변수는, 독립청구항의 수,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작성 분량, 우선권 주장 특허의 수다. 후자에 속하는 제2 변수는 (등록된) 독립청구항의 길이와 피인용 특허의 수다. 

제1 변수를 통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특허권자가 얼마든지 늘리고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권자 측에서 줄이거나 작게 잡을 수도 있는데, 독립청구항의 수를 많이 잡거나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많이 작성했다는 의미는 결국 해당 특허에 대한 권리자 입장에서의 중요도와 관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2 변수는 성격이 다르다. 제2 변수는 심사 과정에서 특허권자와 특허청의 이해가 상충되는 지점에 있다. 특허권자(심사과정에서는 출원인)는 독립청구항의 길이가 짧게 등록되어 최대한 권리범위를 넓게 확보하길 바라는 반면에, 특허청 심사관은 유사한 특허로 인해 사후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등록 권리범위를 바라보게 된다. 피인용 특허의 수도 마찬가지로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후발업체들의 후속출원을 심사할 때 자사의 특허가 최대한 많이 인용되어 타사 특허의 등록을 저지하길 원한다. 이 두 가지 중에서도 전자는 심사관과의 논쟁을 통해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후자는 권리자의 통제영역 밖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에는 별도 언급이 없지만 실제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1 변수와 제2 변수 사이의 가중치 조정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제1 변수는 특허권자의 시선만 담긴 값인 반면에, 제2 변수는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인 심사관의 시선이나 관점이 고려된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놓고 볼 때는 제2 변수인 독립청구항의 길이나 피인용 특허의 수가 더 객관적인 데이터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본다면, 제2 변수 중에서도 독립청구항의 길이에 대한 항목은 하나 또는 많아야 두 명 정도의 특허청 심사관이 관여하여 결정되는 변수인 반면에, 피인용 특허의 수는 유사한 분야를 심사하는 많은 심사관의 참여를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다. 이와 같은 피인용 특허의 수는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여러 후발 특허와 유사성이 높다는 의미인 동시에 원천적인 특허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피인용특허를 선정함에 있어서 권리범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범위에 대한 평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과, 피인용특허의 수가 유의미하게 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청구항의 중요성

데이터 분석 결과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향성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으나, 분명한 것은 오래 유지되는 특허일수록 가치가 높은 특허일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높은 특허는 좋은 특허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 연구결과에서와 같이 오래 유지되는 특허와 상관관계를 가지는 여러 인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변수를 활용하면 좋은 특허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글의 첫 부분에 소개했던 고객사와의 논의는 위와 같은 순서의 논의를 거치다가 나름의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대리인이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제1 변수인, 독립청구항의 수나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분량이나 우선권 주장의 수는 평가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했고, 제2 변수 중에서도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후 일정 기간 내에는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기 어려운 피인용특허의 수도 제외하게 되었다. 측정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와, 통제 가능한 변수인지 논의하는 과정이 흡사 OKR을 설정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결국, 독립청구항 길이의 평균값을 활용하여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청구항의 길이값이 완전한 특허가치의 평가방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권리범위의 광협이 특허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허업계의 보편적인 인식을 데이터 관점에서 한 번 더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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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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