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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를 활용한 VC투자 레버리지 전략

2023-08-28
조회수 802


들어가기 전

대개 칼럼을 작성할 때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 입장에서 읽어볼만한 내용을 주로 작성해왔는데, 오늘 작성하는 칼럼은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될 것 같다.



IP와 투자의 관련성

얼마 전에 특허 강의안 준비를 하다 눈길이 가는 페이퍼를 몇 개 찾았는데, 2009년에 공개된 The Role of Patents for Venture Capital Financing (Häussler et al., 2009) 라는 논문과, 2012년에 발표된 The Diminishing Signaling Value of Patents between Early Rounds of Venture Capital Financing (Hoenen et al., 2012) 라는 내용이다. 두 아티클 모두 10년 이상된 것들이라 혹시라도 우리의 지금 실정에 맞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내용도 상당히 흥미롭고,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에 있어서 팀이 보유한 IP에 대한 실사가 본격화된지 얼마 안된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IP와 투자의 관계에 대해 먼저 고민했던 연구자들의 연구성과도 충분히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글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가 아니라 유럽의 연구자들이 작성한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몇 가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허출원은 VC 자금조달의 시점을 단축하는데 기여한다

첫 번째 논문(The Role of Patents for Venture Capital Financing, Häussler et al., 2009)에서는 특허가 벤처 캐피탈(VC) 자금 조달의 신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스타트업이 외부 투자자에게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수단으로서 특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스타트업이 특허 출원 및 특허 등록을 통해 벤처 캐피탈(VC) 자금 조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하여 독일과 영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190개를 대상으로 유럽 특허청(EPO)에 제출된 모든 특허 출원을 조사하고, 위험률 분석을 적용한 결과, 특허 출원이 있는 경우 VC 자금 조달이 더 빨리 이루어진다는 IP와 VC투자유치에 대한 연관성이 높음을 확인하고 있다. 특허 출원 과정이 신규 스타트업이 직면한 신생 기업의 책임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생성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 논문의 연구자들이 수행한 실증 분석은 회사의 특허 활동이 VC 자금 조달 시점에 일관되고 설득력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1) 최소한 하나의 특허 출원을 보유하면 첫 번째 VC 투자까지의 시간이 76% 감소한다는 점, 2) 특허의 품질을 조사할 때(피인용수치를 통해 측정함) 특허 품질이 높은 스타트업은 VC 투자를 더 빨리 받는다는 점, 3) 특허출원 후 최종 등록결정 여부는 VC 자금 조달 시점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4) 특허출원 후 등록이 아닌 거절되는 경우에는 VC 자금 조달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1)이나 4)의 내용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인다. 유럽 바이오벤처와 유럽 VC 사이의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로 나온 수치이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수치인 것으로 보인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기업의 외부에 있는 VC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투자 확신을 가지기까지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시간을 IP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특허출원을 보유하지 못한 회사에 비해 76%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는 솔직히 놀라운 수치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있어서 특허출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회사의 안정감과 신뢰감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 IP실사의 중요성

2)의 내용은 무척 흥미롭다. 논문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후속 특허를 심사할 때 많이 인용되는 특허일수록 피인용수가 높아지고, 피인용수가 높은 특허일수록 중요도가 높고 품질이 좋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2)의 연구결과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투자를 집행하는 유럽의 벤처캐피탈과 소속 심사역들에게 좋은 기술을 알아보는 선구안이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허출원 후 특허가 공개되기 까지 1.5년이 소요되고, 공개된 이후에 특허출원된 사건의 심사시점이 도래했을 때 선행특허 피인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유럽의 심사실무를 고려할 때 투자대상 기업이 특허출원한 시점부터 3~4년 이후의 일이다. 즉, VC 투자를 받은 이후에 피인용 지수가 쌓이게 되는데, 사후적으로 분석해봤더니 피인용 지수가 높은 특허일수록 VC 투자 유치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짧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초기 단계에서 저품질 및 고품질 특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투자심사역이 직접 IP를 판단하는 변리사급의 능력이 있다는 의미보다는 초기 투자단계에서 기술실사와 IP 실사를 착실하게 수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유럽 벤처캐피탈의 투자 과정과 퀄리티 검증과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등록보다 출원?

3)의 내용을 얼핏 보았을 때 갸우뚱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유럽 특허심사 실무상 특허출원 후 최종적인 판단이 나올 때까지 5년 가까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특허출원 단계에서 충분히 기술을 검토하고 투자를 집행한 이후 시점이기 때문에 투자유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시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특허출원 후 등록특허가 나오기까지 투자를 미루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중요한 특허의 특성상 특허출원일의 선후관계에 의해 권리범위가 결정되거나 우선순위가 부여되기 때문에, 특허출원만 확보하더라도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갖춰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벤처캐피탈의 경우에는 투자시점에 따른 기업가치 변화에 대한 고민도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를 미루고 등록특허를 안전하게 확보할 때까지 보류한다면 그 사이에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자금조달 문제로 인해서 회사의 상황이 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있겠으나, 회사에 적절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서 성장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을 테니,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특허의 등록시점까지 숙고하여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허심사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허출원 외에 특허등록 여부까지 판단인자로 고려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투자 >> 두번째 투자

두 번째 논문(The Diminishing Signaling Value of Patents between Early Rounds of Venture Capital Financing, Hoenen et al., 2012)의 경우에는 첫번째 연구결과를 조금 더 구체화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특허는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고, 경쟁자로부터 시장과 기술을 보호하며, 특허 보유자의 협상 지위를 강화하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논문에 서술된 연구에서는 1,500개 이상의 미국 기반 생명공학 기업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특허출원 중인 생명공학 기업이 첫 번째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받는 자금 수준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하면서 동시에 두 번째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는 벤처캐피탈 투자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인 바이오벤처는 긴 연구 주기, 과학적 복잡성 및 엄격한 규제 체제로 인해 해당 기업의 실적 개발이 어려운 환경하에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의 잠재력과 품질을 전달하는 IP 기반의 시그널은 상당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한 일련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특허 활동의 신호 효과의 강도를 조사함으로써 투자자 유치에 있어 특허의 신호 기능 및 신호 강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1) 첫 번째 자금 조달 이전의 특허 활동이 기업에 투자된 자본을 증가시킨다는 이론적 기대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며, 2) 기업이 성숙하고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감소함에 따라 특허 활동의 신호 가치가 감소하고 이는 두 번째 자금 조달에서 조달되는 자금 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과, 3) 등록된 특허보다는 출원 중인 특허가 초기에 더 중요한 신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서술하고 있다.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사이의 정보 비대칭 해소

1)이나 3)의 경우에는 앞선 논문에서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투자시장에 첫 선을 보인 블라인드 상태의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이력 없는 상태에서 최초 투자를 유치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기술 기업에 있어서 특허를 중심으로 기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논문 내용을 보면, 특허 활동의 신호 가치를 정량화했으며, 평균적으로 추가로 계류 중인 특허 출원이 바이오 스타트업들에게 이루어진 1차 자금 조달에서 모금된 벤처 캐피탈 자금의 양이 평균적으로 630,000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허의 가치를 추정하지만 자본 유치에 있어 특허의 신호 효과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기존 연구와 달리 구체화된 내용으로 보인다.

2)의 내용도 앞선 논문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업이 1차 자금조달 단계에서는 특허가 투자자에게 기업의 신뢰도나 투자확신에 기여하는 시그널을 줄 수 있지만, 첫번째 투자 이후 투자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되고 후발업체 등에 대한 다각도의 투자검토가 이루어지면서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 시점에는 특허출원이나 등록특허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큰 이슈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초기투자 이후 후속투자는 기업의 성장이나 기술의 고도화 내지 상용화 등 특허 외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기업의 투자적합성에 대해 평가할 수 있다.



시사점 –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서의 IP 활용

기업의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서의 IP는 투자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초기 스타트업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결국, 스타트업에 대한 VC투자는 잠재적인 투자수익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손실 사이의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술기반의 기업인 경우에는 특허가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초기기업일수록 불확실성을 낮출 필요가 있는데, 결국 특허를 포함하는 IP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IP는 비용이 아니라 회사를 위기에서 건질 수 있는 보호장치이자 투자를 위한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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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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