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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 상표 때문에 브랜드 이름까지 바꾼 3CE

2024-04-11
조회수 1200


2013년, 설빙의 인절미 빙수는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설빙은 2015년 중국으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했죠.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진출 당시 중국 전역에는 ‘짝퉁 설빙’을 상표로 한 수백개의 매장들이 이미 영업 중이었고, 설빙은 202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짝퉁 설빙’의 상표권을 무효화할 수 있었습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지만, 설빙은 ‘짝퉁 설빙’으로 인하여 적극적으로 해외 확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설빙 상표(위), 중국 설빙 상표(아래)

[진짜 설빙(위)과 짝퉁 설빙(아래), 출처: SBS 뉴스]


설빙 뿐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상표를, 해외에서 다른 사람이 선점하여 등록 받은 상표, 즉 ‘도용 상표’로 인한 피해를 국내 수백개 기업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화장품입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에 힘입어, 우리나라 유명 화장품 기업들은 앞다투어 중국 시장에 대거 진출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승승장구함에 따라, NATURE REPUBLIC, 아모레 등 유명 브랜드를 따라하는 도용 상표 또한 우후죽순 생겨났죠. 


[출처: 기사 종합]


단순히 유명 브랜드를 후속으로 따라하는 것을 넘어, 도용 상표를 선점하여 회사의 사명을 바꾼 경우도 존재합니다. 스타일난다는 브랜드 ‘쓰리 컨셉 아이즈(3 Concept Eyes)’ 2016년 중국에 런칭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출하려고 보니, 당시 쓰리 컨셉 아이즈는 중국에서 상표권을 이미 도용당한 상태였고, 심지어 제품 및 분위기까지 완벽히 따라해서 판매 중이었습니다. 스타일난다는 어쩔 수없이 쓰리 컨셉 아이즈의 브랜드명을 3CE로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3CE(좌)와 모방 상표(우), 출처: 각 사 자료]


여기서 잠깐, 과연 매출이 잘 나오는 브랜드만 이런 모방 상표의 피해를 입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2023년에 조사된 특허청 통계를 참조하면, 브랜드의 매출 규모가 작더라도 도용 상표에 의한 피해에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피해 브랜드 중, 중소 브랜드는 약 82%로, 중견 브랜드(9.4%), 대형 브랜드(8%)에 비해 피해 건수가 더 많았습니다. 또한 같은 통계에서, 도용 상표의 피해를 입은 산업들 중, 화장품 산업이 해외 상표 무단 선점에 의한 피해가 가장 컸다(약 20%)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출처: 국가별 기업규모별 해외 상표 무단선점 피해 현황, 특허청)


요약하자면, 최근 특허청의 통계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가 해외에서 가장 많이 도용되고 있으며, 도용의 대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내가 키운 소중한 내 새끼를 빼앗아갔습니다. 반드시 되찾아와야 합니다. 그 것이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중소 브랜드와 대형 브랜드는 자금력으로 인해서 도용 상표에 대한 대처 방식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브랜드는, 상표 도용인과의 장기간의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고 있지만 중소 브랜드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소형 브랜드일수록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 이제 예방을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지? 라는 물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스스로가 브랜드를 도용할 사람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내가 지금 일본에 있는 브랜드를 도용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1. 일본의 상거래 플랫폼 또는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주기적으로 체크하여 매출액 탐색. (구글 트렌드, 엣코스메 순위 참조) 트렌드가 올라오는 브랜드 순으로 리스팅 후 미등록 상표 선점.

2. 박람회, 팝업 스토어 등 행사 참가사 목록의 브랜드 선별. 미등록 상표 선점.

3. 국내 유통을 미끼로 브랜드에 접근 후 상표 선점.


어떤가요? 꽤나 그럴싸한 방법 아닌가요? 이는 실제로, 중국 상표 브로커들이 타국의 상표를 도용하기 위하여 빈번하게 활용하는 방법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표가 도용의 위험에 처해지기 전 시점에 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 게시되거나, SNS에서 소비자 반응이 나오기 전, 컨퍼런스, 박람회 또는 팝업스토어 등 이벤트성 행사 참가 전에 상표 출원이 필요합니다. 자금력이 뒷받침된다면, 해외 각국에서 내 상표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마드리드 출원 또는 개별국 출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키운 내 브랜드를 타인이 빼앗아 가는 것을 방지하려면, 적절한 시점에서의 상표 등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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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노윤환 변리사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2019년 56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AI, XR, 모바일, 배터리, UI/UX, 자율주행, 비즈니스 모델 등 하드웨어 및 소프웨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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