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달랐던 기평 결과
비슷한 시기에 수행했던 2건의 기평 프로젝트가 최근 마무리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앞선 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의 건이 시차를 두고 추가 수임되어 동시에 2건의 기술평가 준비와 대응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두 번째 수임된 건의 경우, 특히 상장 일정을 고려할 때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 수임할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동시 진행했던 두 가지의 프로젝트 중에서 한 곳은 성공적으로 A/A 기평결과를 받았고, 다른 한 곳은 기술사업계획서 초안 작성까지 진행되었지만 기술평가가 진행되지 못하고 잠정 보류된 상태다. 2개의 평가결과 A를 받은 기업은 뒤늦게 착수해서 오히려 준비기간이 짧았던 곳이었다. 성공적으로 기평결과를 받은 한 곳은 조만간 상장예비심사청구가 진행될 예정이고 그에 맞춰서 한 번 더 자세히 글로 다뤄보고자 한다. 보류 중인 한 곳도 다시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언젠가 글로 다뤄볼 기회가 있기를.
주관사 계약의 비밀
기업들의 기평 업무를 지원하면서 알게 된 상장주관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관사 계약을 10건 체결하면 실제 상장까지 도달하는 사례는 1건에서 2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욱이 이 이야기를 했던 곳은 IPO 물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메이저 증권사였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도 IPO 성공률이 높지 않다면, 더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성공확률이 더 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건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확률임에는 분명하다. 기업이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 그에 맞춰서 주관사를 선정하여 주관사 계약을 맺게 되기 때문에, 계약 체결 시점에는 기업의 상장 의사나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관사 후보들은 기업의 정보에 기초하여 상장 계획이 담긴 제안서를 기업에게 제시하고 기업이 주관사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체결과정을 고려할 때, 주관사 계약 체결은 기업의 의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볼 수 있고, 주관사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높은 확률로 상장 업무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주관사의 책임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직 상장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도 꽤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컨설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며
BLT와 함께 기평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고객사들도 이미 두 자리 숫자가 훌쩍 넘지만, 프로젝트 중간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기평 준비를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대체로 고객사의 사정으로 인한 중단 사유이긴 하지만 함께 달리며 준비하던 우리들의 마음도 무겁게 느껴진다. 조금 더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회사의 매출이나 실적에 대한 이슈가 있거나, 타겟하는 시장의 시장전망과 같은 회사 외부 요인에 따른 사유로 상장 시점이나 기평 신청 시점을 다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컨설팅의 영역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유에 대해서는 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실 특례상장 기업의 기평을 지원하는 컨설팅은 일반적인 특허법인이 경험하는 IP 중심의 컨설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업무강도와 난이도가 높다. 어떤 내용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지 판단하고 초기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부터 실제 기술사업계획서 작성에 참여해서 기업에 대한 사업계획을 같이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모험적이고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어려움이 산재되어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기업 사례에서와 같이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문서화 작업이 이루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IR 자료나 부분적인 사업계획이 담긴 문서들을 기초로 상장 이후의 계획이 담긴 기술사업계획서를 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컨설팅 담당 주체의 역할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 동안 IPO 기평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회사들과 업무를 수행했던 우리들의 경험을 종합해본다면, 컨설팅 회사의 조력이 기업에게 분명히 유의미하고 기업이 자력으로 하기 힘든 기술와 사업의 연결고리를 찾고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BLT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재발견하여 IP화하는 업무에 특화되어 있지만, 때로는 기업이 현재 시점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산에 대한 미래시점의 확보전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러한 BLT 고유한 DNA를 어느 정도까지 기평 컨설팅 업무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기업이 앞으로 확보해야 할 자산을 중심으로 미래 지향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기평 밑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기업이 이런 기술과 사업의 로드맵을 잘 따라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로드맵에서 벗어난다면 결국 기업의 사업 실체나 본질과 다른 기술사업계획서 내용으로 기평을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궁극적으로 기업에게도 어려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실체와 본질에 입각해서 어느 정도까지 미래시점의 전략을 녹여낼 것인지가 결국 컨설팅의 핵심이고 경험의 영역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수행했던 2개의 기업의 기평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결론으로 마무리되면서, 기평 컨설팅 프로젝트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글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공사례와 보류사례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어떤 이유 때문에 성공사례로 이어졌고, 어떤 이유 때문에 잠시 멈춰서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느꼈던 소회를 몇 자 더 남겨보고자 한다.
상장 이후 매출 실적치 추정의 근거 제시 강화
요즘 기평 분위기는 확실히 더 철저한 기업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평가기관들이 기업의 미래 실적에 대한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실적추정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기존 기평 건과 비교할 때 더 명확하게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전보다 확실히 담당 PM이 근거자료와 추가자료를 더 깊이 있게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사업전략이나 과거 사업실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2건 중 성공사례의 경우에는, 국내와 해외에서의 사업실적이 확실하게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정치에 대한 근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정황이나 근거를 제시하는데 집중했고 매출 추정치에 대한 검증 단계는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한편, 보류사례의 경우에는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순수하게 사업으로 발생시킨 과거 또는 현재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매출 추정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 그리고 기업과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리 스스로 납득할만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장 이후 3년이나 5년의 매출추정치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추정 근거로 삼을만한 과거 매출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비바이오 분야에 있어 유의미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가정과 날카로운 논리에 기반한 추정근거가 인정받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매출추정치의 근거나 논리를 다듬어서 더욱 뾰족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매출을 만드는 것보다 근거나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투자자들이나 평가자들에게 대응하는 더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평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어떤 근거를 통해서 매출추정치를 인정받을 것인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실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와 실행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리더십 동기화
회사를 이끌어가는 여러 사람들이 적어도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을 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주요 경영진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그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랜 시간 동안 각자 가진 다른 생각이 고착화되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기로 어렵고, 큰 간극이 생겨서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그에 따른 전략이 일치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앞선 두 사례에서 성공사례의 기업보다 오히려 보류사례의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더 뛰어나고 난이도가 높은 첨단 기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대규모 R&D 과제도 수주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을 만큼 객관적인 기술력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상태였고, 기술평가에서 핵심기술이 평가의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 관련 시장이 아직 열리진 않았지만 앞으로의 잠재적인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다만, 성공사례의 기업은 대표자를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진과 구성원이 하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다른 사례에서는 대표자와 경영진의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았고, 기평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전략에 대해 주요 경영진의 입장이 상이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회사 내에서 여러 리더를 세워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분업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특히,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각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각 사업부를 이끄는 리더들의 생각이 사업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회사 전체 리더십 회의에서의 발언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이런 사업부 리더나 팀 단위 리더들이 모여서 리더십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공유하면서 의견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쁜 업무 때문에 리더십 사이의 동기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고, 기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기화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인터뷰하면서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전술했던 보류사례에서는 일단 기평 준비를 중단하고 회사의 주된 사업전략이나 방향을 먼저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사업과 조직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임원들의 입장의 차이가 크지 않고 고착화 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간극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한 초기 객관화 필요
아직 코스닥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기업의 실사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상장사가 된 기업과의 업무 경험담 겸 고생담(?)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아쉽게도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술한대로 때로는 야심차게 출발했던 프로젝트가 중간에 보류되거나 아예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가 경험한다. 기업과 상장을 위한 기평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수행기간도 길고 업무 난이도나 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기평 업무를 추진하다가 상장 일정을 취소하거나 상장 시점을 보류하게 되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우리들도 사실 맥이 빠질 때가 있다. 기평 프로젝트의 특성상 기업 측의 사유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사유를 분석해보면 애초에 아직 준비가 미진했거나 아직 이른 시점에 출발했었다는 원론적인 내용에 도달할 때가 많은 것 같다.
BLT에서 특허업무를 진행할 때, 특허출원을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특허출원에 적합한 아이디어인지 적합성을 판단하는 사전 준비단계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기평 프로젝트 업무도 마찬가지로 상장을 시도할 수 있는 상태인지 상장 적합성에 대해 더 심도있게 검토하고 실제 프로젝트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수행할 때, 기평 사전 진단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서 특례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근거없는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특례상장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기업과 상장 준비 착수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형태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어떤 기업에게는 아직 특례상장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원치 않는 답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진단 결과에 근거한 정확한 답변이 오히려 기업에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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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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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달랐던 기평 결과
비슷한 시기에 수행했던 2건의 기평 프로젝트가 최근 마무리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앞선 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뒤의 건이 시차를 두고 추가 수임되어 동시에 2건의 기술평가 준비와 대응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두 번째 수임된 건의 경우, 특히 상장 일정을 고려할 때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서 수임할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동시 진행했던 두 가지의 프로젝트 중에서 한 곳은 성공적으로 A/A 기평결과를 받았고, 다른 한 곳은 기술사업계획서 초안 작성까지 진행되었지만 기술평가가 진행되지 못하고 잠정 보류된 상태다. 2개의 평가결과 A를 받은 기업은 뒤늦게 착수해서 오히려 준비기간이 짧았던 곳이었다. 성공적으로 기평결과를 받은 한 곳은 조만간 상장예비심사청구가 진행될 예정이고 그에 맞춰서 한 번 더 자세히 글로 다뤄보고자 한다. 보류 중인 한 곳도 다시 프로젝트가 재개되면 언젠가 글로 다뤄볼 기회가 있기를.
주관사 계약의 비밀
기업들의 기평 업무를 지원하면서 알게 된 상장주관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관사 계약을 10건 체결하면 실제 상장까지 도달하는 사례는 1건에서 2건 정도 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너무 적어서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욱이 이 이야기를 했던 곳은 IPO 물량이 많기로 손꼽히는 메이저 증권사였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도 IPO 성공률이 높지 않다면, 더 많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성공확률이 더 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건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확률임에는 분명하다. 기업이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 그에 맞춰서 주관사를 선정하여 주관사 계약을 맺게 되기 때문에, 계약 체결 시점에는 기업의 상장 의사나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주관사 후보들은 기업의 정보에 기초하여 상장 계획이 담긴 제안서를 기업에게 제시하고 기업이 주관사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체결과정을 고려할 때, 주관사 계약 체결은 기업의 의사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볼 수 있고, 주관사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높은 확률로 상장 업무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주관사의 책임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직 상장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도 꽤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컨설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며
BLT와 함께 기평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고객사들도 이미 두 자리 숫자가 훌쩍 넘지만, 프로젝트 중간에 여러가지 사정으로 기평 준비를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대체로 고객사의 사정으로 인한 중단 사유이긴 하지만 함께 달리며 준비하던 우리들의 마음도 무겁게 느껴진다. 조금 더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회사의 매출이나 실적에 대한 이슈가 있거나, 타겟하는 시장의 시장전망과 같은 회사 외부 요인에 따른 사유로 상장 시점이나 기평 신청 시점을 다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컨설팅의 영역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유에 대해서는 관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실 특례상장 기업의 기평을 지원하는 컨설팅은 일반적인 특허법인이 경험하는 IP 중심의 컨설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업무강도와 난이도가 높다. 어떤 내용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지 판단하고 초기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부터 실제 기술사업계획서 작성에 참여해서 기업에 대한 사업계획을 같이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모험적이고 각 단계마다 서로 다른 어려움이 산재되어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기업 사례에서와 같이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문서화 작업이 이루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IR 자료나 부분적인 사업계획이 담긴 문서들을 기초로 상장 이후의 계획이 담긴 기술사업계획서를 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컨설팅 담당 주체의 역할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그 동안 IPO 기평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회사들과 업무를 수행했던 우리들의 경험을 종합해본다면, 컨설팅 회사의 조력이 기업에게 분명히 유의미하고 기업이 자력으로 하기 힘든 기술와 사업의 연결고리를 찾고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BLT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재발견하여 IP화하는 업무에 특화되어 있지만, 때로는 기업이 현재 시점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산에 대한 미래시점의 확보전략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러한 BLT 고유한 DNA를 어느 정도까지 기평 컨설팅 업무에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기업이 앞으로 확보해야 할 자산을 중심으로 미래 지향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기평 밑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기업이 이런 기술과 사업의 로드맵을 잘 따라간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로드맵에서 벗어난다면 결국 기업의 사업 실체나 본질과 다른 기술사업계획서 내용으로 기평을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궁극적으로 기업에게도 어려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실체와 본질에 입각해서 어느 정도까지 미래시점의 전략을 녹여낼 것인지가 결국 컨설팅의 핵심이고 경험의 영역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수행했던 2개의 기업의 기평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서로 다른 결론으로 마무리되면서, 기평 컨설팅 프로젝트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글로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공사례와 보류사례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어떤 이유 때문에 성공사례로 이어졌고, 어떤 이유 때문에 잠시 멈춰서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느꼈던 소회를 몇 자 더 남겨보고자 한다.
상장 이후 매출 실적치 추정의 근거 제시 강화
요즘 기평 분위기는 확실히 더 철저한 기업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평가기관들이 기업의 미래 실적에 대한 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실적추정 근거자료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기존 기평 건과 비교할 때 더 명확하게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전보다 확실히 담당 PM이 근거자료와 추가자료를 더 깊이 있게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사업전략이나 과거 사업실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2건 중 성공사례의 경우에는, 국내와 해외에서의 사업실적이 확실하게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정치에 대한 근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정황이나 근거를 제시하는데 집중했고 매출 추정치에 대한 검증 단계는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한편, 보류사례의 경우에는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순수하게 사업으로 발생시킨 과거 또는 현재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미래의 매출 추정치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 그리고 기업과 많은 고민을 했지만, 우리 스스로 납득할만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상장 이후 3년이나 5년의 매출추정치를 제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 분명하다. 추정 근거로 삼을만한 과거 매출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실적으로 비바이오 분야에 있어 유의미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가정과 날카로운 논리에 기반한 추정근거가 인정받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매출추정치의 근거나 논리를 다듬어서 더욱 뾰족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매출을 만드는 것보다 근거나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투자자들이나 평가자들에게 대응하는 더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평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어떤 근거를 통해서 매출추정치를 인정받을 것인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실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와 실행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리더십 동기화
회사를 이끌어가는 여러 사람들이 적어도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을 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주요 경영진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그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오랜 시간 동안 각자 가진 다른 생각이 고착화되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기로 어렵고, 큰 간극이 생겨서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그에 따른 전략이 일치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앞선 두 사례에서 성공사례의 기업보다 오히려 보류사례의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더 뛰어나고 난이도가 높은 첨단 기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대규모 R&D 과제도 수주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을 만큼 객관적인 기술력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상태였고, 기술평가에서 핵심기술이 평가의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 관련 시장이 아직 열리진 않았지만 앞으로의 잠재적인 성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다만, 성공사례의 기업은 대표자를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진과 구성원이 하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다른 사례에서는 대표자와 경영진의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았고, 기평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전략에 대해 주요 경영진의 입장이 상이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회사 내에서 여러 리더를 세워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분업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특히,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각 사업부별로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각 사업부를 이끄는 리더들의 생각이 사업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회사 전체 리더십 회의에서의 발언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이런 사업부 리더나 팀 단위 리더들이 모여서 리더십들의 생각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공유하면서 의견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쁜 업무 때문에 리더십 사이의 동기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고, 기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기화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을 인터뷰하면서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전술했던 보류사례에서는 일단 기평 준비를 중단하고 회사의 주된 사업전략이나 방향을 먼저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사업과 조직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임원들의 입장의 차이가 크지 않고 고착화 될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간극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한 초기 객관화 필요
아직 코스닥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기업의 실사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상장사가 된 기업과의 업무 경험담 겸 고생담(?)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아쉽게도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술한대로 때로는 야심차게 출발했던 프로젝트가 중간에 보류되거나 아예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가 경험한다. 기업과 상장을 위한 기평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수행기간도 길고 업무 난이도나 강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기평 업무를 추진하다가 상장 일정을 취소하거나 상장 시점을 보류하게 되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우리들도 사실 맥이 빠질 때가 있다. 기평 프로젝트의 특성상 기업 측의 사유로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사유를 분석해보면 애초에 아직 준비가 미진했거나 아직 이른 시점에 출발했었다는 원론적인 내용에 도달할 때가 많은 것 같다.
BLT에서 특허업무를 진행할 때, 특허출원을 준비하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특허출원에 적합한 아이디어인지 적합성을 판단하는 사전 준비단계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기평 프로젝트 업무도 마찬가지로 상장을 시도할 수 있는 상태인지 상장 적합성에 대해 더 심도있게 검토하고 실제 프로젝트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수행할 때, 기평 사전 진단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서 특례상장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근거없는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특례상장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기업과 상장 준비 착수시점에 대한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형태로 업무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어떤 기업에게는 아직 특례상장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원치 않는 답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진단 결과에 근거한 정확한 답변이 오히려 기업에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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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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