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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칼럼특허 전략의 숨겨진 비밀, 등록률에 주목하라

2021-05-21
조회수 935



인공지능 특허출원 집계의 한계

특허청이 2020년 9월에 발행한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 특허 통계집(이하 '통계집')을 참고하면, 국내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상위 3개의 출원인은, 삼성전자, 엘지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포함되어 있다.


[단일 기술별 다출원인 중에서 인공지능 분야 통계자료]


본 통계집 자료 외에도 대부분의 지식재산 관련 통계자료의 대부분은 출원의 수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년 20만건 이상의 특허가 출원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 특허청 심사관의 심사를 통과한 일부의 건들만 등록되어 실제 독점적 효력이 발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허출원의 수량만으로 특허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 관점에서 다소 부족해 보인다. 아무리 특허출원이 많더라도 등록되는 특허가 소수라고 한다면 적어도 정량적인 관점에서의 특허경쟁력은 마이너스로 평가될 수 밖에 없다.


특허의 출원 대비 등록률을 보아야

위 통계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허출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특허권을 획득하는 비율은 50%가 조금 넘는 수준(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출원 1,838,986건 중 1,041,386건 약 56.6%의 특허가 등록)이기 때문에, 특허출원 이후에 실제 특허등록까지 도달한 건이 얼마나 있는지, 출원 이후 과정에서 거절되거나 취하된 건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아야 실질적인 특허권에 기초한 각 기업 또는 기관의 특허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허청 지식재산통계연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서두에서 언급한 통계집과 별개로 인공지능 관련 특허에 대한 단순 출원수 이외에 등록 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특허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하였다. 통계집에서 활용한 특허청 검색시스템(KOMPASS)과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검색, 집계 및 분류했기 때문에 통계치에 있어서 통계집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동일 조건으로 검색한 데이터 상에서의 각 기업의 데이터 비교를 통해 상대적인 인공지능 특허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특허 문헌 중에서 1) 요약, 발명의 명칭, 청구항 부분에 인공지능 관련 키워드를 포함하거나, 또는 2) 국제특허분류(IPC) 상의 머신러닝(G06N-20/00) 등 인공지능 관련 IPC 코드로 분류된 문헌을 합산하여 집계하였다. 2021년 5월 3일자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데이터 기준으로 전체 인공지능 관련 특허출원 건은 17,913건으로 나타났고, 인공지능 관련 특허의 출원수 순위는 서두에서 인용한 통계집 자료와 동일하게 삼성전자, 엘지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순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특허의 등록률 동향은

이 중에 등록된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7,393건이며, 현재 등록상태를 유지하는 건만 집계(등록되었다가 소멸된 특허는 등록수에서 제외)되었다. 전체 사건 중 공개된 특허를 제외한 출원건과의 비율로 보면 등록되고 등록 상태가 유지되는 비율(이하 '등록률')은 59% 정도로 집계되었다.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100건 이상 출원한 출원인 대상으로 한정할 경우, 전체 4,172건 중에서 심사결과가 확정된 1,982건 중 1,011건이 등록되었으며, 등록률로 계산하면 약 51%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출원수로는 삼성전자가 1위이긴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100건 이상 출원한 출원인 대상으로 등록률 순으로 나열해본다면, 아래와 같이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인공지능 특허등록률 상위 5개 출원인]


등록률 상위 5위 이내 출원인 중에서 구글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는 기업이 아닌 대학 산학협력단이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특허 전체 평균등록률인 59%에 비해 30%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산학협력단도 있다. 전세계 인공지능 기술의 최고 레벨을 확보하고 있는 구글의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높은 특허 등록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수긍되지만, 국내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 등의 기업보다 산학협력단의 특허등록률이 높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삼성전자나 엘지전자는 출원수가 산학협력단에 비해 몇 배 이상 많고, 출원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등록률이 일정 수치로 수렴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인공지능 특허의 출원 모수가 적다는 것만으로 등록률이 많게는 30% 이상 차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삼성, LG보다 등록률이 높은 이유는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이 특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가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대학 산학협력단의 경우 삼성전자나 엘지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비해 보수적인 형태로 특허출원 전략을 운영한다. 산학협력단의 주력 사업은 대학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민간기업 등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이전비용과 특허매각비용이다. 기술이전과정에서 대부분 확정적으로 등록된 특허권을 기업에 매각하기 때문에, 등록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은 수익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리 사업적인 관점에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특허 관점에서 등록 가능성이 낮은 기술은 전략적인 관점에서 출원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업의 경우, 궁극적으로 시장을 보호하고 후발기업을 견제하는 목적에서 다양한 특허를 출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는 단순히 등록가능성이 높은가 하는 점 보다는 해당 특허발명건이 사업 관점에서 필요한가 하는 점을 더 우선시한다. 특허청 심사관에게 특허성을 인정받는 것보다 사업 관점에서 필요한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등록 가능성이 낮거나 등록여부를 확신할 수 없더라도 타사보다 먼저 출원해서 등록을 시도하는 것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기업의 경우에는 다양한 사업 루트에 맞춰서 가능성이 조금 낮더라도 여러 갈래의 특허출원을 미리 예측하여 진행하고 사업의 진행상황에 맞춰서 일부의 특허만 유지관리하고 나머지 특허는 포기하는 등의 다각화된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기본적인 기업과 대학의 출원 전략에 있어서의 관점 차이로 인해 등록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창의적인 특허출원 환경과 등록률의 상관관계

대학과 기업의 특허 등록률 격차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해석은, 특허출원에 담긴 특허발명의 자유도가 기업보다 대학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학 실험실에서는 특허기술에 대한 사업화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이 제시될 수 있다. 특허등록은 기존 기술보다 새롭게 진보된 발명에 대해서만 부여되는데, 대학의 산학협력단을 통해 출원 및 등록되는 많은 아이디어는 양산이나 대규모 사업화 등의 검증 과정을 아직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사용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단순화하여 주어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특허 관점에서만 보면 기업의 문제 해결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창의적일 수 있으며, 높은 특허등록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특허출원은 기업의 사업계획 초기 단계에서 진행되는데, 실제 사업의 구체화 및 실행 과정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해서 출원방향과 내용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에서 나오는 특허에 비해 창의적인 전개를 펼치는데 있어서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착안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특허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기업의 특허전략의 백미는 타사의 기술발전 방향을 고려하여 길목을 미리 차단하는 것인데, 자체 검토결과 사업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한다면 타 경쟁사도 마찬가지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등록률 관점에서 본 기업의 이상적인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은

전술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기업의 가장 이상적인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은, 기업의 현실적인 사업 상의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대학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문제해결 방법을 접목하여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되 출원된 특허를 최대한으로 권리화하는 것이다. 기술 중심의 기업으로 한정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특허등록률을 최대한 100% 가깝게 달성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은 극소수의 기술기업만이 달성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업환경과 기술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변화에서 살아남고 시장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특허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유철현 대표 변리사는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하고 2007년 44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형' BLT 특허법률사무소를 시작으로, IT와 BM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기술 기반 기업의 지식재산 및 사업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심의위원과 한국엔젤투자협회 TIPs 사업 심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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